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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

[리뷰] 게으른 삶 “반복되는 일상에서 드물게 찾아오는 게으른 순간들. 나는 항상 그런 게으른 순간들을 사랑한다. 빨래를 널어놓고 한숨 돌리는 시간, 카페에 늘어져 차를 마시는 시간, 햇빛 속에서 기지개를 켜는 시간, 소중한 사람과 따뜻한 포옹을 나누는 시간, 그런 순간들로 삶이 채워지기를 언제나 바라왔다.” ‘게으른 시간 속에서 더 많이 사랑하기를 빈다’는 작가의 말에 이끌려 설레는 마음으로 이종산 작가의 을 읽기 시작했다. 낯선 타국, 골목에서 길 헤매는 시간을 즐기는 나는, 작가 역시 ‘진짜’ 이야기는 한발 물러나 있는 ‘그곳’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안다고 생각했던 까닭이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소설을 다 읽고도 한참이나 평을 쓸 수 없었다. 너구리를 닮은 겁 많은 여자아이와 참치 통조림을 가지고 다니는 담백한 남자.. 더보기
[리뷰] 초록 가죽소파 표류기 초록 가죽소파 표류기 저자 정지향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4-07-04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나는 괜찮아. 충분히 사랑받았거든." 차분하고 조밀한 언어로 ... 글쓴이 평점 회사에 이탈리아 로마에서 민박집을 운영했던 대리님이 있었다. 그녀는 한때 여행카페에 인기 민박집으로 회자될 만큼 운영을 잘했고, 수익도 짭짤했다면서 부모님이 돌아오라기에 한국에 오긴 했지만 곧 다시 갈 계획이랬다.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 그런 사람이었다. 작년 추석 연휴에는 에티오피아 항공이 프로모션으로 싸게 판 항공권으로 아프리카도 다녀왔다. 출국 당일까지도 같이 야근을 했던 나는 질릴 정도로 많은 얼룩말을 봐서 나중엔 텐트 옆을 지나다니는 치타와 사자, 기린을 곁에 두고도 잠을 잤다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 자.. 더보기
[리뷰] 시간 있으면 나 좀 좋아해줘 자취방 가는 골목길 초입, 편의점이 있었다. 자정이 넘어가면 밤을 잊은 사람들로 문전성시. 물론 나도 그중 하나였다. 스낵코너, 레토르트식품 보관대를 지나 식음료 진열대를 찍고서야 밖으로 나왔다. 과자, 맥주는 장바구니 단골품목. 가방이 두둑해지면 먹지 않아도 배가 불렀다. 그래서일까. 집에 오면 싱크대 위에 그대로 둔 채 잠들기 일쑤. 하지만 다음날도 구매욕은 사라지지 않았다. 냉장고엔 차츰 유통기한 지난 음식들로 가득 찼다. 그게, 정서적 허기를 채우려는 행동이었다는 건 나중에야 알았다. ‘혼자’이기를 간절히 원하면서 동시에 ‘혼자’ 있는 것이 몹시도 싫었던 스물다섯의 겨울. 밤새도록 휴대폰을 붙잡고 떠들어야 잠들 수 있었던 그때는 사랑을 하면서도 외로운 시절이었다. 더운 여름에 어울리지 않는 추운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