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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리뷰] 내 옆에 있는 사람 은 묘했다. 시간을 두고 한 문장 한 문장을 천천히 읽고 싶었지만 읽기 시작하니 속도가 붙어 놓을 수 없었다. 오래 전 사 두고도 끝까지 읽지 못했던 , 과 달리, 처음으로 완독한 이병률 작가의 책이었다. 바람 선선한 가을에 읽는데, 이상하게도 한 겨울 실내 안 공기처럼 따뜻하고도 추웠다. 잔디밭에 누워 읽는 동안 어느 편에서 보았는지 기억 나지 않는 '계절의 민낯'이라는 단어가 계속 생각났다. 그리고 '계절의 변화는 바람 냄새에서부터 느낄 수 있다'는 말을 했었던 사람을 생각했다. 새로운 에피소드를 읽어갈수록 어떤 사람들이 떠올랐고, 잊었던 기억들이 되살아나는 그리운 시간이었다. 이야기는 대체로 어긋나 있다. 제때 전하지 못한 마음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마음 한 켠을 시리게 하고, 너무 늦게 깨달아 버.. 더보기
[리뷰] 내가 엄마의 부엌에서 배운 것들 내가 엄마의 부엌에서 배운 것들 이 책을 산 건 한 줄의 카피 때문이었다. "내 생의 절반, 나는 엄마를 세상 그 누구보다 사랑했다. 나머지 절반, 나는 엄마가 죽어주기를 바랐다." 엄마가 죽었으면 하는 바람은 결코 입 밖에 내서는 안 될 비밀이었다. 대놓고 욕먹기 십상이다. 상식의 수준을 넘어선다. 그걸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긴박한 상황을 맞닥뜨리는 종군기자가 생명의 중요성을, 가족의 소중함을 몰랐을 리 없다. 그래서 세상 누구보다 사랑했던 엄마를 이제와 왜 죽기를 바라는 것인지 궁금했다. 이 책은 종군기자 맷 매컬레스터가 엄마의 죽음 후에야 엄마의 사랑을 재확인하는 일종의 자기고백서이다. 작가에게 갑자기 찾아온 우울증의 원인은 다름 아닌 엄마의 부재. 작가는 잊고 지내온 과거의 기억, 특히 엄마의.. 더보기
[리뷰] 그래요, 계속해보겠습니다 6월 말, 친구 셋이 동시에 회사를 관뒀다. 홍보, 프로그래머, 영업으로 직종도 제각각이다. 우연히 통보 소식이 겹쳤을 뿐 특별히 시기를 맞췄을 리 없다. 이유가 같을 리는 더더욱 없다. 그러나 결론은 하나. 그들은 지쳤다. 존재의 이유를 찾을 수 없는 소모되는 환경에서 스스로 걸어 나와 쉬고 싶다는 그것뿐이었다. 30대 초반의 우리는, 어쩌면 가장 열심히, 전력투구해야 할 나이. 나는 그들을 말리지 않았다. 오히려 잘했다고 했다. 내가 아니어도 그들을 말리고, 반대하는 역할을 할 사람은 충분히 많을 테니까. 수고했다, 잘했다고 말하는 나 역시 사실 관두고 싶었다. 종종, 아니 자주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했다. 특히 한두 달 새 부쩍 '못하겠다'는 단어를 입에 담았다. 그런 생각과 마음을 품고 있으면서도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