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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산들

[리뷰] 비행운 김애란 작가의 『비행운』을 읽은 뒤로 나는 공항에 갈 때마다 『비행운』에 실렸던 단편소설이 생각난다. 황금연휴를 맞아 한국을 떠나기 위해 공항으로 몰려든 사람들 곁에 홀로 남아 공항을 청소하던 아주머니의 삶을 그려낸 ‘하루의 축’ 때문이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이면을 생각하게 되었다고 할까.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마구 물기를 털었던 나는 그 뒤로 보다 조심하게 됐다. 그러다가 자칫 입을 벌리고 속을 훤히 보일까 두려워 노란 테이프로 칭칭 감았던 오래된 내 캐리어 가방을 보면서 또 한번 소설을 떠올렸다. 해외여행갈 때 가져갈 캐리어가 없어 친구에게 빌렸지만 이래저래 들어간 돈과 시간을 생각하면 사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후회했던 이야기 말이다. 내게 김애란 작가의 소설은 어디선가 일어날 일이 아니라, 지금.. 더보기
다시 만날 날 새벽 세 시의 퇴근이 끝도없이 이어지던 어느날, 도저히 못참겠다는듯 사무실을 나와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야근하던 언니는 곧장 광화문으로 넘어와 나를 심하게 꾸짖으며 돌아가라고 했고. 같이 욕해줄 거란 예상과 달리 언니는 참 냉정해서 나는 사무실로 돌아가는 내내 서운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그 시절을 지나고 보니, 그토록 냉정한 말들이 나를 위한 진심 어린 언니의 마음이었다는 것을 안다. 삶과 새벽녘 똘기를 함께 즐기는 벗이고 그 어떤 말들도, 그 어떤 고민도 가감 없이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이며 사람에게 잘 의지하지 않는 내가 심적으로 가장 크게 의지하는 선배이자 늘 닮고 싶은 인생의 롤모델. 책 쓰러 간 언니는 일년이 넘도록 한국으로 오지 않고, 고민의 순간마다 언니의 부재가 너무 크게 다.. 더보기
[리뷰] 모든게 노래 에세이는 휘발되는 글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개인적 경험과 감상이 보편적 공감을 얻기 어려울 뿐 아니라 때로 자기만족과 자기허영이 투사되어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에세이를 읽고 나면 오히려 쿨하지 못한 나와 더욱 초라해진 자신을 맞닥뜨려 불편하다고 해야 할까. 김중혁 작가는 그런 고정관념을 깨준 작가다. 사실 김중혁 작가를 잘 알지 못한다. 아니 제대로 아는 게 없을지 모른다. 그나마 내가 아는 사실도 누군가에 의해 재가공된 기록이다. 그런 사실들 중 눈길을 끌어 시간이 한참 지났음에도 잊혀지지 않는 몇 가지 그에 관한 단서가 있기는 하다. 김중혁 작가 김중혁 작가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잘 알다시피 그는 김연수 작가와 오래 전부터 절친이었고, 김연수 작가가 등단한 뒤에도 그는 꽤 오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