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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산들

청춘, 그 찬란한 기록 몹시도 추웠던 2월 중순나는 날씨보다도 더 추웠던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그동안 벼르고 별렀던 맥긴리 사진전을 보러 다녀왔다. 먼저 보고 말겠다는 그를 달래 꼭, 반드시, 같이 보자고 신신당부한 것도, 먼저 약속을 한 것도 분명 나였다.그런데도 나는 끝끝내- 혼자 보고야 말았다. - 그날은 평일 낮 시간이었는데도 사람이 많았다.대림미술관에 사람이 많을 거라는 것은 역에 내리면서부터 알 수 있었다.찾아가는 길을 묻지 않고도 앞에 가는 사람만 따라가면 누구나 미술관을 찾을 수 있을 만큼3번 출구를 나와 스타벅스 골목으로 들어가는 사람은 열이면 열 모두 맥긴리 전을 보러 가는 사람들이었다. 평일 낮에도 사람은 참 많았다. 입구에 다다를 무렵나는 스물 남짓 되었을 법한 여자 넷 무리를 보게 됐다. 분명 미술관을 .. 더보기
[Intro] 왜 스페인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5월 20일 경의 일이다. 회사 근처 subway에서 같은 팀 선배들과 샌드위치를 먹다가 농담처럼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무슨 장난을 진담처럼 하느냐며 농을 치는 선배들과 달리 웃지 않았던 울팀 막내. 어쩌면 그 아이는 내가 하는 업무를 곁에서 지켜보며 눈치챘을 런지 모른다. "선배가 쓴 오기사 인터뷰 기사가 가장 좋았어요." 라고 말했던 후배는 어느새 "선배 하는 일 보면서 왠지 그럴 것 같더라니!" "진짜 내가 선배 언젠가 여행 갈 줄 알았어!" 라며 먹던 샌드위치를 내려놓았다. 네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정신을 못차렸냐, 다음 직장 구해놓고 그만둬라, 미친 거 아니냐, 차라리 휴가를 달라고 떼를 써라, 우리 팀 사정 뻔히 알면서 어떻게 그런 이기적인 선택을 하느냐, 너의 결정을 후회하게 만들어.. 더보기
30 기분 전환 겸 방안에 향수를 두 번 뿌렸다. 외출할 때(연애할 때) 아니면 잘 뿌리지 않는 편인데 얼마 전 회사 동료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야근하다 말고 칙칙- 향수를 뿌리던 파트장은 며칠 내내 야근하는 자기 자신이 불쌍해 기분 전환을 해야겠다며, 가방에서 향수를 꺼내더니 자신에게는 물론, 우리에게도 몇 번씩 뿌려주었다. 그 순간, 그 별것 아닌 향기는 별스럽게도 우리를 꽤 오래 달콤하게 달래주었다. 그 뒤부터, 나도 아주 가끔- 오늘처럼 밤새워 일을 해야 할때 집에서 향수를 뿌리게 됐다. 오늘 방 공기를 산뜻하게 만들어준 지미추 오뜨뚜왈렛은, 스페인에서 한국으로 오던 때 산 건데 뿌릴 때마다 그 향수를 살까 말까 한참 고민했던 2013년 7월의 내가 생각난다. - 마드리드에서 두바이를 거쳐 인천으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