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pain

[바르셀로나] 밤의 이야기

 

 

 

 

[바르셀로나] 밤의 이야기

 

해가 저물고 또 다시 찾아온 밤, 저를 비롯한 이방인 다섯은 테이블 앞으로 가까이 모였습니다. 실내조명은 어두웠고, 알아들을 수 없는 현지어가 허름한 바를 가득 채웠기 때문이죠. 우리는 서로를 알기 위해, 이해하기 위해 더욱 집중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돌아가면 뭘 하고 싶어?"

 

학원 강사를 하다 스페인으로 휴가 온 룸메이트 언니가 홍보대행사를 그만두고 온 제게 물었습니다. 일 때문에 만났던 사람들이 공교롭게도 스페인과 연관된 사람이 많았고, 자연스레 스페인이 궁금해졌다고, 오기사, 손미나, 이상은에 이어 마지막 인터뷰이였던 오소희 여행작가까지. 제 운명은 저도 모르는 사이에 여기에 오도록 결정된 것 같다고. 왜 여행지로 스페인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는 어렵지 않았습니다. 오기사가 말했던 후미진 골목길을 지나 나오는 보석 같은 바가 궁금했던 저는, 고딕지구에서 실제로 저 또한 그 보석 같은 바를 찾는 짜릿함을 맛보기도 했으니까요.

 

그러나 '미래'를 묻는 질문에 답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에게 제품을 알리고, 설득하는 홍보를 다시 해야 할까. 즐겁지 않았던 건 아니었고, 그 길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니 어쩌면 다시 홍보를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고 막연히 대답했습니다. 그럼에도 마음 한 구석엔 여전히 허전한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카타르 승무원이었던 룸메 동생은 3일 간의 꿀 같은 휴가를 마치면 또 다른 비행을 할 것이고, 영국 플라워스쿨 맥퀸스에서 공부한 다른 언니는 한국으로 가면 플로리스트가 될 것이고, 동갑내기 였던 남자 친구는 곧 대기업 신입사원이 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예정된 '미래'가 없었습니다.

 

그때부터 묻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을 사랑했던 천재 건축가 가우디의 작품을 보면서도, 땡볕 아래 고행 같던 몬세라토 수도원을 다녀오는 길에서도 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