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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4월 취미는 축하

 

 

@합정, Beliefcoffee roasters

 

꽃같은 오후

꽃같은 미팅

 

매일 아침 출근길 지나는 빌리프커피 로스터스

언젠가 꼭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아주 작은 바람은

일하면서 친해진 기자와의 급만남으로 이루어졌다.

늦은 오후 만나 꽤 많은 위로를 받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마포, M팰리스 웨딩홀

 

4월은 매주 결혼식이 있었다.

 

아빠에게는 첫 직장, 엄마에게는 직속 사수였던 어르신 따님의 결혼식

 

못가는 엄빠 대신 축의금 내러 갔는데 늦는 바람에

부모님 대신 축하드리러 왔다는 인사를 못할까봐

축의금을 냈는데 혼주 확인 안하고 냈더니 실수했을까

말할 수 없이 불안했던 4월 첫주 토요일

 

불안하면서도 꾸역꾸역 혼자 밥 잘 먹고

어르신께 인사도 잘 하고 왔던 지난 기억을 떠올리다보니

혼자 밥 먹는 내내 카톡을 보내주던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기억했다.

 

결혼식 간다고 했더니 같이 정장 입고 오고

등산은 고등학교 때 이후로 단 한 번도 가본 적 없다면서도 그 다음 만날 적에 관악산 코스를 찾아오고

기약없이 펼쳐지는 야구보다는 전반전과 후반전으로 깔끔하게 진행되는 축구를 좋아한다면서

이제 시즌이니 같이 야구장에 가자고 했었던 한 사람 덕분에

'봄이 좋냐' 노래를 들으면서도 나는 행복한 봄을 보냈다.

 

 

@영통, 스칼라티움

수원인 줄 알고 출발했다가 영통이라 또 늦었던 둘째주 결혼식

 

아직 둘째주밖에 안됐는데도

결혼식 간다고 아침 일찍 일어났더니 엄마는 아예 집에 들어오지 말라고 하셨다.

(엄마는 요즘 결혼식 얘기만 나오면 반응이 굉장히 공격적이라 아주 조심해야 한다.)

 

식당에서 오빠가 해줬던 오빠의 절친이자 예전 소개팅남을 마주쳤는데

하필이면 바로 옆자리에 앉아 있어서 덕분에 아주 소식하고 급 출발했다.

 

 

@우리집

 

흔한 인증샷 하나 남기지 않았지만 내쫓기듯 밥집을 나오고

마감할 때까지 카페에 앉아 있다가 서둘러 헤어질 만큼

즐겁게 웃고 떠들었던 4월의 어느 토요일 밤

 

고시반에 들어간 걸 후회하지 않지만

너무 오래 시간을 바닥에 내려놓았다고 후회했던,

20대의 내 판단은 분명 틀렸다.

 

나를 잘 아는 너희와 함께 30대를 보낼 수 있어

축하하고 걱정하고 비난하고 질책할 수 있어

정말 행복하니까

 

그 밤의 열기는 다음 한주 내내 경쾌하게 이어졌다.

 

 

@서초동, 어딘가 웨딩홀

 

손 언니 결혼식도 있었다.

 

언니의 남자친구 분을 여름밤 종로에서 뵌 적이 있었다.

아주 후덥지근한 여름밤이었는데도 언니와 손을 꼭 잡고 존대하는 모습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기분 좋고 부럽게 :)

 

언니의 결혼식은 언니다웠고

축하하는 마음이 더없이 진심이어서 기뻤다.

 

 

@여의도, 어딘가 웨딩홀

 

여의도와 상암에서 만났었던 출입기자 결혼식에도 다녀왔다.

어색하게 손을 맞잡고 신부대기실에서 사진까지 찍었는데

잡고 있던 신부 네일 큐빅까지 느껴질 정도로

다소 긴 시간이었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신촌, 그리고 광화문 또 웨딩홀

 

처음 만난 건 2010년 초여름이었다.

더웠지만 우리의 의지가 더 뜨거웠던 때였다.

그 해 월드컵 열기보다도 우리의 열망이 뜨거웠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그랬기 때문에 아침에 지하로 들어간 우리는 어둑한 밤이 되어서야 지상으로 올라왔다. 수많은 직장인들이 모니터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고, 틈틈이 옥상에 올라가 담배를 피우고, 긴 하품을 내뱉으며 커피를 마시던 시간동안 우리는 부지런히 글을 썼다. 그래봐야 우리 앞에 붙을 수 있는 수식어는 '기자 지망생'정도였다.

 

글을 썼던 시간 이상으로 술을 마셨다. 날이 더워서 술을 마셨고, 시간이 많아서 술을 마셨고, 글이 안 써져서도 술을 마셨으며, 비가 와서도 술을 마셨고, 우울해서도 술을 마셨고, 기분이 좋아서도 술을 마셨던 기억이다. 떨어졌던 날에도, 붙었던 날에도 술을 마셨다. 물론 잠이 오지 않는 밤에도 그랬다.

 

그 시절을 지나 우리는

 

에라스무스를 입버릇처럼 외치는 법조팀 빼박 기자와

소맥을 몹시도 잘 만드는 산업부 기자와

전직 프로야구 출입기자이자 현 노량진 명 강사와

우리 중에 제일 스마트했으나 최종 운빨이 닿지 않았던, 그러나 여전히 스마트한 노무사와

여기서만큼은 기자가 명함 달라는데 쿨하게 거절하는 전직 기자지망생이자 현 홍보 담당자가

 

되고, 되고, 되고, 되고, 되었다.

 

4월의 넷째주 토요일은

에라스무스 잠꼬대하는 법조팀 빼박 기자의 결혼식이었는데

우리는 물론, 새신랑도 역시나 술을 마셨다.

 

 

@대학로, 민들레처럼

 

결혼식 와서 고맙다며

술도 사주고 기프티콘도 보내주는 넘나 따뜻한 오라버니

 

 

@서울역

 

서울역에서 시작한 미팅이 공릉-정자-분당을 거쳐

다시 서울역에서 비로소 끝났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축하할 소식을 들었고(이번만큼은 결혼식 소식이 아님)

그립다는 고맙다는 말도 들었다.

 

하루종일 사무실을 지키는 것보다야

여행 다니듯 사람을 만나는 게 훨씬 즐겁지만

즐거운 와중에도 여행 생각이 간절했다.

 

 

@서현, 간장을 자랑하는 어떤 고깃집

 

그치만 법카로 먹은 소고기는 역시나 꿀맛!

얼마 안 먹었는데 자꾸 사라지는 신기한 광경을 목격했다.

 

 

@산곡동, 집앞

 

지지 정당이 달라도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는지 몰라도

웃으면서 다같이 모닝 투표

 

 

@관악산

 

4월에도 빠지지 않고 등산을 했다. 등산은 참 좋았는데, 오랜만에 전 회사 직장 동기 만난 것도 좋았는데.

내려와서 망했다. 괜히 동기에게 친한 형님 소개해주려다(브로맨스 만들어주려다) 불편한 만남만 남았다.

 

브로맨스 챙기지 말고, 네 로맨스나 챙기라는 친구의 독설 아닌 독설은 아주 정확했다.

 

그리고 나는 그날 이후로 결심했다.

그의 어장에서 나오기로.

 

 

@부평동, 두콩

 

그 어떤 날도 그저 그런 날 중 하루일지라도

불소모와의 소중한 만남을 거르지 않았으니

그냥 그저 그런 날만은 분명 아닌 것이다.

 

 

@서교동, 회사

 

4월은 야근이 참 많았는데

야근하고 마신 맥주값이 더 많았다.

 

모처럼 칼퇴가 예정된 어느 날

피곤하니까 여섯시부터 빠르게 빠르게 맥주를 마시고

배가 불러 신촌까지 걸어가면서 생각했다.

 

"운동을 못 간 게 거의 한 달이 다 되어가네."

 

헬스장 등록한 돈과 골프연습장 등록한 돈이 아깝다면서도

역시나 맥주를 마시고 맥주를 마셔서 오늘은 못가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신촌까지 걸었으니 괜찮겠다며

 

웃으며 버스를 탔던 그 날도

벌써 한 달 전이 되었다.  

 

 

@합정, 다시 Belief roasters

 

그 어떤 날도 그런 날 중 하루일 뿐이라도

나는 매일 매일 새로운 마음으로 결심하고 싶다.

(현실은 욕하고 짜증 내더라도)

 

아주 매우 몹시 굉장히 희망적이라고

비록 희망하지 않을 때, 삶이 시작된다고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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