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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그날그날의 방식이 마음에 들어서,

 

 

그린그린으로 물든 여행에 거의 유일한 해변

 

여기가 한국인가 싶을 정도로 컬쳐 쇼크를 주었던 월정리 OOO 게스트하우스.

도착하자마자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 건 인도여행 이후 거의 10년 만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상쇄시킬 정도로

매력적인 사람들이 있었고 재미도 있었다. 뚜벅이 여행은 고됐고 체력 좋은 나는 쉽게 지쳤지만 매일 저녁 식탁 앞에 모여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을 던지며 술을 마시는 시간이 기다려진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서 월정리를 떠난 뒤에도 계속 생각이 났다.

 

서른을 넘긴 여행객들은 이름 대신 별명을 지어 불렀고

나는 직업과 나이 같은 속성 대신 별명을 부르는 그날그날의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섹시가이 블루 흰오빠 병신 과학자 부사장님 등으로 불린 사람들이 뒤섞여 밤마다 해변 앞에서 술을 마셨다. 과학자를 부를 때 누군가 기타로 콜드플레이의 The scientist를 연주하더라도 문제되지 않았고 역시 아무도 문제삼지 않았다.

 

한라산을 가려고 제주도에 왔다는 내게

한라산은 가는 게 아니라 마시는 거라며

끊임없이 한라산을 권하던 사람들이 한동안 기억날 것 같다.

 

2015.08. 제주도 월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