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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다시 만날 날

새벽 세 시의 퇴근이 끝도없이 이어지던 어느날, 도저히 못참겠다는듯 사무실을 나와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야근하던 언니는 곧장 광화문으로 넘어와 나를 심하게 꾸짖으며 돌아가라고 했고. 같이 욕해줄 거란 예상과 달리 언니는 참 냉정해서 나는 사무실로 돌아가는 내내 서운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그 시절을 지나고 보니,

그토록 냉정한 말들이 나를 위한 진심 어린 언니의 마음이었다는 것을 안다.

 

삶과 새벽녘 똘기를 함께 즐기는 벗이고

그 어떤 말들도, 그 어떤 고민도 가감 없이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이며

사람에게 잘 의지하지 않는 내가 심적으로 가장 크게 의지하는 선배이자

늘 닮고 싶은 인생의 롤모델.

 

책 쓰러 간 언니는 일년이 넘도록 한국으로 오지 않고,

고민의 순간마다 언니의 부재가 너무 크게 다가온다.

 

진짜 언제쯤 차 마시며 무한 수다를 떨 수 있을까.

 

이보다 더 즐겁고 버라이어티할 수 없을 것 같아 다시 안해도 될 것 같았던 지리산 종주가

요즘 부쩍 다시 하고 싶어지면서, 언니가 무척, 몹시, 매우 보고싶다.

 

+)

우리의 모임은 늘 비정기, 불규칙한데

그럼에도 한국에 있는 사람들은 이렇게 저렇게 때때로 만나지만,

왠지 언니가 돌아오기 전까지 다 모이는 날은 오지 않을 것 같다.

 

카스에 끼적인 글을 블로그에도 옮겨 놓고 싶었다.

언니와 함께한 8년간의 시간이 몹시 소중하다.

지금 멀리 떨어져 있지만 연락을 주고 받으며 우리는 서로를 응원하고, 격려한다.

다시 만날 날을 위해서!

 

그리고 이런 글을 쓰게 된 동기이자

오늘의 하루 인증

결과가 좋기를,

혹여 좋지 않더라도 많이 아파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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