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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될 수 있을까

[출판사 적응일지 D+3일차] 시간 순삭

1.

30분 정도 일찍 도착했는데 

먼저 와 있는 다른 팀 과장이 신문 스크랩을 하자고 했다. 

 

우리 회사(란 말이 아직 어색^^;) 책이 기사에 실렸는지 확인하는 일로,

홍보대행사에서 매일 하던 데일리 클리핑과 동일하다. 

다만 종이신문을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본다는 것의 차이가 있을 뿐. 

 

이렇게 실리는 도서 리뷰는 책 판매에 영향을 준다. 

지난 주말자 중앙일보에 전면 도서 리뷰 기사가 실렸다. 

매출에 얼마나 변화가 있을지 궁금하다. 

 

2. 

팀장 이상 직급 모두 참여해야 하는, 주간 회의에 참석했다. 

해외기획팀-편집팀-디자인팀-마케팅팀-홍보팀-경영지원팀 순으로 진행됐다.

여태까지 홍보가 제일 중요한 회사에 있었는데, 이곳에서 홍보는 아무래도 지원부서에 가깝다는 느낌이다.(아직까지는)

아무래도 책 만드는 편집자가 제일 중요하고, 그래서인지 팀 파워도 센 것 같다.

뒤로 갈수록 주간업무 브리핑 시간이 대체로 짧아졌다. 

브리핑 시간이 짧아졌다고 할 일이 줄어드는 건 아닐 것.

 

3. 

8월까지의 출간 일정표를 공유받았다. 

내가 홍보 담당해야 하는 책은 총 6권. 

원래 입사 전까지 에세이/여행서적을 맡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입사 하고 보니 경제경영서/자기계발서를 맡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애정하는 김민철 카피라이터처럼 마음에 콕콕 박히는 에세이 쓰는 저자들 책 홍보를 하고 싶었으나,

매번 잘 팔리는 에세이/여행서가 생기는 것은 아니기도 하니, 

이왕이면 잘 팔리는 경제경영서를 맡는 게 출판사 초기 적응에 도움이 되리라....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4. 

급여 통장과 등본을 제출했다.

명함도 신청했다.

이제 돌릴 수 없는 출판사 라이프다. 

 

5. 

홍보팀 모두 다 열심히 일한다. 

카톡을 보기가 다소 민망할 정도로 열일하고, 잘 쉬지도 않는 것 같다. 화장실은 제때 가는 걸까 걱정될 만큼(?)

아직 야근이 많아 보이는 건, 중간에 잠깐 스쳐 갔던 경력자들의 드나듦으로 인한 시스템 정비 때문이리라 믿고 싶다.

이번에도 야근 인생이 많아진다면, 정말로 팔자려니 받아들여보겠다. 

 

6. 

기 싸움 같은,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는 하고 싶지 않은데

그러려니-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아직 내가 겪지 않은 일들을 미리 들으며 먼저 스트레스 받을 필요는 없으니,

나를 휘두르려 하는 모든 것들로부터 자유롭게, 자연스럽게, 가볍게 행동해야지. (잘 될지 모르겠지만)

 

7.

질문하며 떠 보는 사람들이 눈에 보여서 

오늘 처음으로 약간의 스트레스가 생겼다. (업무를 아직 시작하지 않았는 데도 말이다)

모든 질문에는 의도가 있겠지, 호락호락하게 넘어가지 않겠다! 

만마니 호구짓은 그만하자, 그만하자(이 주문을 외우던 사람들은 차례 차례 탈출에 성공, 내가 그 막차를 탔다)

 

8.

3일째 출근인데 3개월은 출근한 것 같은 느낌은 왜인지

업무 파악하라고 시간을 만들어줬는데도 스스로 무언가 불안하고 초조한 느낌을 계속 갖게 된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꾸미거나 억지 노력하지 말기로 해놓고,

다른 사람에게 끌려가거나 맞춰가거나 어떤 말에 쉽게 흔들리지 않도록

매일 매일 마인드 셋을 해야겠다. 

 

9. 

아침에 감화됐던 마음으로 글을 써야지 생각했는데,

저녁이 되니 모든 것이 피곤하여 엉망으로 써진다. 

그래도 일단 기록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10.

코로나19로 회사에서 폐렴 예방접종을 맞춰줬다.

마스크도 받았다. 

이런 세심한 챙김에 감동받은 아침의 기분을 남기고 싶지만,

주사 맞은 왼쪽 어깨가 계속 아프다. 

 

의식의 흐름 같은 엉망진창 글을 쓰는 것은

어깨가 아파서, 어깨가 아프기 때문이라고 핑계를 대고 싶다. 

 

11.

어제 남자친구가 송도 카페꼼마에서 서울여행 52주 책을 보다가

지나가는 말로 "건축물 답사 데이트"하고 잘 정리해서 이런 것처럼 책 내도 되겠다고 했는데

왠지 괜찮고 근사한 아이디어 같아서 기뻐하다가

 

오늘 아침 다시 디벨롭해보자고 제안했다.

물론 둘다 냄비 근성이라 기대가 1도 없지만

 

건축물을 보는 각자의 다른 시각을 비교하며 글을 써 보자고 

건축물에 관한 히스토리와 전문적 시각에 관해 건축설계하는 네가 쓰면

나는 데이트에 관한 일상과 감정을 쓰겠다고 했다.

아무도 원고를 받아주지 않더라도 독립출판으로 책 내면 된다고.

그런 상상만으도로 즐거워졌다.

 

의욕스러운 아침 나의 아무말대잔치에 맞장구를 쳐주었던 그는

퇴근 후 쏟아내는 나의 긴장 해소와 약간의 스트레스, 아무말대잔치도 아무말 없이 잘 들어주더니

조바심 내지 말라고, 제발 

그러거나 말거나, 어렵지만 마음을 가져보라고 해주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나대로

 

잘 될지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