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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아빠에 관해서는 100번을 말해도 100번 모두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다. 그래서 오늘의 테마는 아빠의 청춘 수능이 끝나고 한없이 잉여롭던 그 해가 저물어가던 어느 날이었다. 공부하라는 흔한 잔소리 한 번 한적 없던 아빠는 그날 꽤 진지하게 재수를 하는 게 어떻겠냐고 물었다. 나는 아빠 입에서 나온 말이 동생과 싸우지 말라는 게 아니고 엄마 말씀을 잘 들으라는 것도 아니어서 몹시 놀랐다. 재수는 그 당시 내게는 생명을 부여받지 못한 단어나 다름 없었기 때문이다. 아빠 또한 당연히 그러하리라 생각했다. 물론 아빠는 더 권하지 않았고 나는 그 해 12월 31일 모 대학의 합격 전화를 받고 진짜 대학생이 되었다. 술 마시느라 집에 안 들어오고 늦잠 자느라 수업에 못 들어가고 정작 제대로 학교에 간 날조차 자.. 더보기
아무도 모르게 조금씩 조금씩 할 수 있을지 스스로도 장담할 수 없었지만 하지 않으면 더 후회할 것 같아 시작한 새로운 일이자 취미. 보도자료 하나도 한방 통과되지 못하면서 매거진에 글을 쓰는 능력이 될 수 있는 건지 사실 모르겠다. 그래서 자신 없고 그 자신 없는 글이 어느 누군가에 읽힌다는 생각에 마구 부끄러워지는 것도 역시 사실이지만 그래도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그러고는 칼퇴가 불가능한 날도 이러저러한 이유로 칼퇴를 강행하고 아무도 모르게 서촌에 다녀오고 있다. 때문에 몸이 정말 고되지만 오히려 일보다도 더 매거진 취재에 공을 들이는 게 아닌가 싶지만 다녀올 때마다 좋은 기운을 얻어오는 덕분에 더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9월, 10월도 무사히 이렇게 넘겼고 11월에도 더 새롭게 잘 하고 싶다. 아무에게도 .. 더보기
나는 너의 문장은 되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말야 너의 상사가 그렇게 말했을 때 너는 어떤 기분이 들었어, 라는 질문에 나는 답할 수 없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너의 감정을 설명해줄 수 있냐는 요청에도 나는 답할 수 없다 우리가 친구여도 내가 너를 응원하더라도 그림처럼 사는 너에게 내 경험을 공짜로 내어줄 마음이 없다 화장실 변기에 앉아 졸아본 적 없는 너에게 어금니를 꽉 깨물며 눈물을 참아본 적 없는 너에게 일기장을 내어주지 않아도 미안해하지 않기로 했다 나는 너의 문장은 되지 않을 거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