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으로 내려온지 5일째.
처음으로 일찍 끝나 숙소 근처에서 순댓국을 먹고 있다.
아침부터 밤까지 뛰어다녀보지만
날마다 부족한 게 생기고 미스가 나고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평가를 듣곤 한다.
듣고 나면 멘붕이 오고
더러는 억울하지만
결국 혼자서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는 것과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해야 무언가 이룰 수 있다는 것도
경험으로 다시금 확인하고 있다.
물론 우리끼리의 잔치 혹은 당신들의 축제로 끝나더라도.
저명한 인사를 코앞에서 대면할 수 있는 기회는
인생에 몇 번 올까말까 한 것이고,
여러 모로 배울 수 있다는 게 많다는 것 또한 사실이니까.
하루에도 몇 번씩 모르는 질문에 모른다 답변하지 않기 위해 확인해야 하고
그래도 역시 모르는 게 발생하지만
지나면 이런 큰 행사를 언제 해볼까 싶다.
물론 수많은 무시에도 쿨내를 풍기며 웃어 넘기는 게 정신적으로 힘들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보내는 문자에 대해
"밤늦게까지 수고 많았다"
"오늘은 편히 쉬어라"
라는 기자들의 늦은 회신에
가슴이 따뜻해지기도 하고
인간에 대한 예의가 무엇인지도 생각하게 된다.
지나가면 또 알게 되는 것들이 있겠지, 분명
언젠가 이 모든 감정들을 풀어낼 수 있겠지
이제 순댓국 먹어야지
먹고 누워야지
눈물이 왈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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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DCC 근처에서 일주일을 지냈던 2015년의 10월 어느 날,
야식에 가까운 뒤늦은 저녁을 먹으면서 생각했었다.
"앞으로 순댓국은 힐링푸드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
예감처럼, 혹은 예언대로
나는 큰 행사를 마치고 나면 어김없이 순댓국으로
집 나간 정신 혹은 제때 챙기지 못한 허한 위를 달래는 버릇(의식)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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