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한 번 출판사를 다녀보고 싶었다.
지금이 아니면 더 이상 기회를 찾기는 어려울 것 같았고, 고심 끝에 이직을 결정했다.
홍보대행사에서 그래도 나름 경력을 쌓았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경력은 실종되고 신입사원 때로 되돌아간 것만 같다.
비슷한 듯 싶으면서도 다른 느낌은,
그냥 기분 탓일까.
어쨌든 이런 생각 끝에 시작하는 [출판사 적응일지]다.
(얼마 동안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1.
제목회의에 참관했다. 분야가 다른 책 두 권이라 오전에만 2회가 진행됐다. 각각 30분을 넘지 않았고 모두가 의견을 개진하는 과정이 새로웠다. 세상 모든 책들의 제목에는 이유가 있구나 싶었다. 단어 하나를 두고 어마어마하게 열띤 토론과 고민이 오가는 회의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앞으로 서점 가면 제목부터 볼 것 같다, 아니 제목을 꽤 오랫 동안 들여다 볼 것 같다.
2.
모든 부서를 돌며 인사를 했다. 두 손 가득 명함을 받았다. "안녕하세요. OOO입니다. 오늘 첫 출근했습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라는 몇 문장은 자리를 돌며 점점 짧아졌다.
3.
산업 분야만 다를 뿐 업무의 영역이나 방식은 거의 동일한 곳, 즉 홍보가 업무의 전체인 곳에 있다가 와보니 홍보는 전체의 극히 일부분이었다. 업무가 다른 부서 담당자와 논의하고 설득하고 조율하는 게 업무만큼 혹은 이상으로 중요한 일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4.
(스스로) 출간 의뢰를 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아 놀라웠다.
5.
OOO 저자의 초고를 읽다니!
6.
첫날을 누구나 빙충이(빙신+멍충이)가 되는 것 같다.
신입이든 경력자든 마찬가지.
7.
혼자 좋아 만든 세컨 계정에 오늘 하루 동안 출판사 계정만 거의 50-60개 팔로잉했다.
현암사 인스타 계정이 유독 눈에 띄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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