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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in

[바르셀로나] 몬주익 언덕, 한없이 느긋해지는 시간

 

 

[바르셀로나] 몬주익 언덕, 한없이 느긋해지는 시간

 

한국으로 돌아와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 중에 하나는 "어디가 제일 좋았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때마다 꾸물거렸습니다. 쉽게 답을 내리기 어려울 만큼 각각의 매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추천해달라면 자신있게 '반드시 가야할 곳'으로 저는 바르셀로나 몬주익 언덕(montjuic)을 꼽습니다.

 

눈을 뜨고 있어도 눈을 감고 있어도 눈부시게 파랗던 하늘! 수평선까지 한 눈에 보이는 바르셀로나 시내를 보면서 부산을 떠올리고는 지독하게도 한국인스럽다고 생각했지만 어떤 포인트에서 보더라도 예쁘다는 감탄말고는 달리 할 게 없었습니다.

 

 

그늘에 앉아 수다 떠는 스페인(혹은 유럽) 십대들도 어여뻤고,

 

 

성곽 앞에 앉아 있는 커플도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한없이 게을러지는 늦은 오후 혹은 이른 저녁, 흘러가는 시간을 구태여 붙잡지 않고 여유를 즐기는 이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기분이라 콧노래가 절로 나왔습니다.

 

 

한없이 게을러질 수 있는 시간과 게을러질 수 있는 권리

 

 

마음대로

언제까지 누워 있더라도 뭐라고 하는 사람 하나 없는 이곳이 좋았습니다.

 

평화롭고 여유롭고 눈부셨던, 그리고 당장 내일 해야 할 일이 결정되지 않았던 대책 없었던 2013년 6월의 끝무렵, 저는 한국에서 부족했던 잠을 이곳에서 틈틈이 채워나갔고, 일하며 만났던 오기사(오영욱), 이상은, 손미나 님들에게 정말 정말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들 덕분에 직장을 버릴 용기를 낼 수 있었다고요.

 

 

열심히 일기를 쓰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행복해지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으며

그만두고 나온 과거에 미련을 두지 않기로 다짐했던 시간이었습니다.

 

또 저는 바다보다는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몬주익 언덕에서 탁 트인 바르셀로네타 해변과 시내를 바라보며 바다 가까운 도시에서도 언젠가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답니다. 사람이 많지만 나름의 질서가 있고, 뜨겁지만 따갑지 않았던 바르셀로나 태양과 느긋한 시간을 두고 생각했어요!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꼭 한번 바르셀로나 몬주익 언덕을 올라보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바르셀로나를 다시 한 번 가게 된다면 몬주익 언덕에 올라 또 다른 생각을 하게 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