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일, 그러니까 법정공휴일인 삼일절에도 홀로 출근하면서 생각했다.
언제까지 공휴일에 출근하고 살아야 하는 걸까.
책임감을 내려 놓고 살 수는 없을까.
설문 데이터 분석은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보도자료는 제때 쓸 수 있을까.
제 시간에 컨펌은 날 수 있을까.
사진은 문제 없이 작업이 가능할까.
'과연'과 '정말'처럼 물음표로 시작했던 3월이
적은 내부에 있다,고 생각했던 그 3월이 그래도 끝나간다.
틈날 때마다 도와주고 격려해주고 같이 욕해주고
시간을 나눠준 사람들이 있었기에 3월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고
3월의 마지막주, 그러니까 26일 토요일 밤 홀로 생각하며 이 글을 쓴다.
@대림미술관, 컬러 유어 라이프(Color Your Life)
"자신의 피부 톤과 같은 색이 있나요?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죠."
라는 설명에 나는 '아니오'라고 답했는데
나는 거기 없는 또 다른 피부 톤이 있을 테고
그래야 그게 내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림미술관, 컬러 유어 라이프(Color Your Life)
초록성애자인 나는 생각했다.
"나는 내 삶을 초록초록하게 물들이고 싶어요."
@대림미술관, 컬러 유어 라이프(Color Your Life)
편한 친구가 되기까지 5년이나 걸렸다.
(그렇다고 편하지 않았던 건 아니었지만)
그다지 친하지 않았던 시간에도 아주 고마웠던 두 가지가 있는데
불편한 한 가지에 대해 농담으로라도 물어본 적이 전혀 없다는 것과
내가 뺑소니 운전자로 신고돼 경찰서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전화를 걸었던 적이 있었는데
기대하지 않았던 도움을 받았다는 것이다.
@홈스윗홈
화이트데이엔 동생 남자친구에게 후리지아 한 다발을 받았다.
측은지심이겠지만 덕분에 아주 기쁘게 봄을 맞았다.
@스카이72 드림듄스
일이지만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일할 수도 있으며,
그럼 더 즐거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관계도 마찬가지.
@스카이72 드림듄스
@서교동
옆 대리가 미리 챙겨준 컨디션을
회식 다음날 뒷북처럼 마셨다.
고마운 사람이 있는가 하면
끊임없이 화나게 만드는 사람도 있다.
어디까지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열이 나는 건 그 때문이 아니라
포근한 날 코트입고 나온 나 때문인 걸로
흥취흥취 즐겁게 마셨으니
괜찮지 않아도 괜찮은 걸로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신사동 가로수길, 생어거스틴
미팅으로 만난 기자는 친절하고 스마트했지만
스마트했기 때문에 미팅의 목적은 실패하고 말았(지 말입니)다.
@여의도, 보나베띠
친절하고 스마트했던 10년차 기자는
약속대로 우리 브랜드를 잘 써줬고, 그 덕분에
아무래도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행사 샌드위치에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
@명동, 뽀뽀 커피숍
아침드라마와 계모임 아주머니들
계란후라이 올린 김치볶음밥과 맥주
커피와 오래된 소파가 가득한 이곳에서
건강해질 것 같은 쌍화차를 마시며
미팅을 했다.
뭐든 잘 마시고 기죽지 않는 AE이고 싶었다.
(3월에 기자미팅이 없었던 날을 세어보니 단 4일이었다.)
@너와 나의 연결고리
@향초공방
원데이클래스를 듣고
만드는 내내 그 한 사람만 생각했다.
@왕십리길 어디쯤
볕이 좋았던 3월의 이십 며칠,
상사는 자전거를 타고 회사로 복귀하자고 했다.
나는 치마를 입었다고 툴툴 댔지만
실은 아주 즐겁게 자전거를 탔고
비록 서울 매연을 한 가득 마셨지만
반차 쓰지 못한 것이 하나도 아쉽지 않을 만큼
기분 좋은 날이었다.
@인사동
골목길만 나오면 일단 지르고(마시고) 보는 홍상수스러움
@홈스윗홈
누군가 내게 왜 그렇게 억누르고 사느냐고 물었다.
나는 그냥 최선을 다하고 싶을 뿐이고,
지나고 후회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런 대화를 했던 그날은 마침 회식이었는데
노래방을 갈 바에야 차라리 술을 더 마시겠다고 했던 이전과 달리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만취자들은 밤사를 찍고 나서야 헤어졌는데
억누르고 사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어느 틈에 찍혔는지 모를 영상에서
나는 너무도 흥취흥취 놀고 있었다.
홍대 밤사는 너무 재미없어, 라고 한 말이 무색할 만큼.
@강변대로
일하는 3월 내내 가장 많이 이용했던 곳
나는 강변대로를 달릴 때마다
강 건너편에서 열일하고 있을 그 사람을 생각했다.
얼굴 보고 가라는 한 마디 말에도
하루 종일 들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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