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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될 수 있을까

항상 괴로운 건 아니니까

 

 

 

 

오늘은 다른 이야기다. 그동안 힘들고, 지치는 일들만 얘기했지만, 오늘은 반드시 희망으로 가득차고 성공적인 내용들로 시작과 끝을 하고야 말겠다는 것. 의지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솔직히 말하자면.

 

제품을 만들고 판매할 때는 항상 타깃(소비자)을 생각해야 하는데, 홍보도 마찬가지다.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무용지물의 메시지가 되지 않으려면 타깃에게 정확히 꽂혀야 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타깃에 적중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수입차 딜러 인터뷰는 이러한 맥락에서 기획됐다. 첫째, 골프웨어를 공적으로 많이 입는 직업군이 무엇인지, 둘째 그러한 직업군 중에서 골프웨어가 갖고 있는 특유의 고급스러움(다른 말로 귀족미)과 가장 잘 어울릴 수 있는 분야가 무엇일지, 셋째, 그들이 입었을 때 브랜드 선망성이 높아질 수 있는 직업군이 무엇인지 찾는 것이었다.

 

첫째 질문에 대한 답으로 영업과 골프 관련 종사자(레슨 프로 등), 공직자 등을 후보에 올려놨다. 다만 공직자는 골프를 즐긴다는 사실을 내세우기 어려울 것이 분명하기에 자연스레 '영업맨'으로 구체화됐다. 우리 브랜드는 물론, 인터뷰이의 직업을 통해 브랜드 프리미엄을 얻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

 

수입차 딜러라는 직업은 브랜드 선망성을 극대화하기에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다.

 

클라이언트를 설득한 다음, 섭외를 시작했다. 수입차 딜러를 당장 찾아내야 한다. 일단 수입차 국내 판매 순위로 TOP 5 안에 드는 브랜드를 대상으로 범위를 좁혔다. 그래도 막막했다. 수입차 딜러를 어디서?

 

이럴 때 내가 기대는 방법은 카톡 단톡방. 지인 또는 지인의 지인 중에 잘 나가는 수입차 딜러가 있으면 알려달라고 이방 저방마다 카톡을 남겼다. 대개의 반응은 "어쩌지, 주변에 그런 사람은 없는데."다. 특히 수입차 딜러를 섭외할 때는 더욱 그랬다. 국내차 딜러까지는 어떻게 알아볼 텐데 수입차 딜러를 아는 사람은 주변에 너무도 없었다.

 

(아차차, 오늘은 희망적인 내용을 쓸 것이다. 잊지 않았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일이었다.

 

 

 

 

사실상 딜러 섭외는 정말 발 벗고 나서준 슬아 언니 덕분에 가능했다. 언니가 없었다면, 언니가 아니었다면 가능했을지...불가능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언니의 대학원 선후배 동료들을 통해 딜러 추천을 받아 가장 먼저 P 브랜드 딜러가 섭외됐다. 인터뷰를 해도 돌아가는 물질적인 혜택이 없었기에 조심스럽고 조심스러웠다. 재능기부인 셈. 오히려 P브랜드 자체의 고가 이미지에 우리 브랜드가 묻어가는 면도 없지 않았다.

 

B 브랜드 딜러는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섭외했다. B 브랜드를 구입한 블로거들 중에 딜러 연락처를 올려 놓은 곳들이 있었다. 보이는 즉시 전화를 돌렸다. 딜러에게는 영업 전략 상, 개인 PR 상 인터뷰가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어필했다. 어떻게 보면 윈-윈이나 다름없었다. 어렵지 않게 섭외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상사의 말은 일리가 있었고 몇 번의 거절 끝에 드디어 승낙해준 딜러를 찾을 수 있었다.

 

A 브랜드 딜러 섭외는 우리 회사 디자인 실장님의 도움이 컸다. 얼마 전 A 브랜드 새차를 뽑은 덕분에 건너 건너 골프를 즐기는 딜러를 소개받았다.

 

인물 섭외를 끝내고 나니 이제 장소 섭외가 문제였다. 딜러 세 명이 차를 몰고 와서 자유롭게 촬영이 가능한 야외 장소를 찾아야 했다. 한강 공원이 적합해 보였고, 정확한 장소를 물색하기 위해 외근과 외근이 계속됐다.

 

 

 

 

망원 한강지구(성산대교 밑)에 차를 대면 골프복을 입고 클럽을 들거나 캐디백에 기대 촬영을 할 수 있겠다 싶었다. 클라이언트 컨펌이 됐다. 강남 쪽으로 잡아달라는 클라이언트 요청이 있어 퇴근하고 세빛둥둥섬 부근을 돌았다.

 

 

 

 

마찬가지로 반포 한강지구 부근 차를 대놓고 촬영할 만한 공터를 발견했다. 애초에 엎어질까봐 불안했던 기획이었고, 모든 것을 혼자 준비한다는 것 자체가 버거워 그만 내려놓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막상 딜러 섭외와 장소 섭외까지 마치고 나니 인터뷰가 은근- 기다려졌다.

 

인터뷰를 하루 앞두고 찾은 반포 한강공원에서 나는 야구를 보거나, 텐트를 치고 눕거나 음악을 듣고 운동을 하는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홀로 맥주를 마시며 전야제를 치렀다.

 

 

 

 

그리고

그 시간에 자전거를 타고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이 한없이 부러웠지만,

나는 그 사람 못지 않게 나 또한 누군가에겐 즐기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 당시 내 카톡명은 '그래요, 계속해보겠습니다'였다.

 

인물 섭외와 장소 섭외와 동시에 포토그래퍼 섭외도 빼놓을 수 없었다. 다행히 운좋게도 '사실은 대단한 사진관'을 운영하는 선배 언니 일정이 가능해 함께 하기로 했다. 정말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다. 언니에게 필요한 앵글 몇 가지와 촬영 일정을 보내놓고 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이제부터는 내가 챙겨야 할 부분들이었다. 화장실까지 동선이 멀어 현장에서 옷을 갈아 입을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원터치 일인 텐트를 구매했다.(이거 미리 안 챙겼다가 상사에게 또 크게 깨졌다. 말하기 전에 미리 파악하고 생각할 수는 없는 거냐는 것.) 당일엔 현장 간식과 음료들을 준비했다.

 

인터뷰를 위한 질문 구상은 메시지를 전달하고 콘텐츠를 만드는 AE에겐 당연한 일이니 특별히 언급은 안하려고 한다. 다만 기획 의도를 잊지 않고, 각 브랜드마다 갖고 있는 차별화된 이미지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향으로 질문을 몰아보기로 했다.

 

쉽게 잠이 오지 않는 밤이었다.

 

내가 현장을 제대로 컨트롤할 수 있을지,

원하는 앵글과 답변을 유도할 수 있을지,

세 명의 딜러가 일정대로 제 시간에 도착할 수 있을지,

준비하고 확인했지만 여전히 알 수 없는 것들 투성이였다.

 

 

 

 

그래도 나만 고생하면 모든 것이 순조로울 수 있었다.

 

덥고 짐이 많고 챙겨야 할 것과 생각할 것들이 많아 후배 한 명만 있었다면 싶었지만,

인터뷰 자체의 즐거움에 빠져 고생이 고생이 아니라고만 여겼다.

 

 

 

 

하필이면 6월 초여름부터 날씨가 무더웠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짜증내지 않았고 무사히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딜러들이 왜 영업 고수인지도, 그들이 영업 고수가 되기까지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의 귀재가 된 것인지도 알 것 같았다.

직종은 다르지만 커뮤니케이션하는 방법은 내게도 유용했다. 

 

그날 모든 촬영이 끝나고 합정역에 도착해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양팔이 빨갛에 익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발견했다.

 

 

 

 

유난스럽더라도

"수고했다"는 그 한 마디 듣고 싶어

나는 나도 모르게 자꾸 몸을 혹사시켰던 것 같다.

 

연말쯤 안부 차 연락을 드렸더니

한참 투쟁 중이었던 P 브랜드 과장님은 복직을,

A 브랜드 대리님은 과장 승진을 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