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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in

[준비] 스페인 여행 준비

여행을 떠나기 위해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첫째, 항공권을 사수하라!


'티켓'이라는데는 이견이 있을리 없겠죠. 저 역시, 스페인을 가기로 마음을 먹자마자 항공권부터 알아보기 시작했답니다. 포털사이트에 '항공권 싸게 사는 법'을 수도 없이 검색해보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많은 포스팅이 있었지만, 저는 여러 사이트의 가격을 비교해보는 부지런함(이라고 쓰고 수고로움이라고 읽습니다) 대신 어플로 실시간 상황을 알 수 있는 인터파크 항공 어플을 이용하기로 결정했어요. 티켓가격을 일일이 따져보고 유류할증료는 어디가 얼마나 저렴한지 알아보고 가는 것이 여행 준비의 시작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으실 걸로 압니다, 물론.


그러나 고백하자면 저는 그렇게까지 꼼꼼하지도, 계획적이지도 않은 인간입니다. 또한 모처럼 떠나는 여행인데 몇 푼을 더 아끼기 위해 아등바등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 대신 매일매일 어플로 실시간 티켓 조회를 해보았습니다. 어디로 들어가 어디로 나올 것인지, in/out을 수시로 체크했습니다.


바르셀로나로 들어가 마드리드로 나오는 일정으로 결정하고, 항공권을 검색해보니 KLM항공과 에미레이트항공, 터키항공, 러시아항공 정도가 저렴한 항공권으로 검색이 되었습니다. 저는 집안의 사정상 정확한 날짜를 결정하기 어려운 상태라 일단은 매일 변동가격을 확인하는 걸로 만족해야했습니다. 그러다, 결정적으로 티켓 예약에 시동을 건 것은 티켓값이 성수기 가격으로 훌쩍- 뛰게 되는 날이 다가오면서부터입니다.


6월 20일 이후부터, 항공권이 약 50만원 가량 비싸졌던 것!


저는 가격이 오르기 바로 전인 6월 19일을 D-DAY로 잡았습니다. 서울에서 두바이를 경유해 바르셀로나까지 가기까지 23시간 정도 걸리는(스탑오버 3시간 포함) 에미레이트항공권을 예약했습니다. 바르셀로나 IN / 마드리드 OUT 성인 1명의 왕복 티켓가격은 유류할증료를 포함하여, 150만원 정도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6월 13일, 그러니까 떠나는 날까지 일주일도 남지 않은 때에 티켓팅을 한 것치고는 비싸지 않은 가격이었던 것 같아요. ^^


150만원 정말로 결제를 하고 나니, 후련하면서- 한편으로는 진짜 가는구나- 생각이 되어 살짝 두려워지기 시작했답니다. 약간의 긴장감을 즐겁게- 즐겼어요 :)



둘째, 본격 여행준비물 챙기기!


여행을 잘 하기 위해서는 준비물도 꼼꼼하게 챙겨야 합니다. 출국일에 닥쳐서 짐을 챙기다 보면 왠지 빼놓고 가는 것이 생길 것만 같아서 저는 그날그날 생각나는 대로 수첩에 준비물을 적어두었습니다. 학교를 졸업한지는 꽤 오래됐지만, 혹시나 국제학생증이 아니어도 필요할지 몰라 학생증을 챙겨가기로 했어요.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어쩌면 학생으로 인정받아 조금 더 싸게 입장할지 모르니까요. 


여성용품의 경우에도 다른 걸 줄이더라도 이것만은 넉넉하게 챙겨가기로 했어요. 현지에서 살 수도 있고, 한국인을 만나 얻을 수도 있겠지만, 제가 평소에 쓰던 것을 써야 마음 편하게 여행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빨래비누는 적어두었지만 가져가지는 않았습니다. 속옷은 그냥 바디워시로 빨았고, 겉옷은 나시티와 반팔티들을 여러 개 가져가서 최대한 입고, 버려 가방 부피를 줄이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 생각한 까닭입니다. 물론 옷이 부족할 경우 현지에서 저렴이들로 사 입기로 했어요. 실제로도 그랬고요. ZARA나 H&M에는 가볍게 입을 수 있는 옷들이 많아요.


옷걸이는 민박집에서 젖은 수건이나 속옷을 말리는데 쓰기 위해 가져갔습니다. 막상 가보니 민박집에도 옷걸이가 있기는 했지만, 혹시 부족할지 몰라 챙겼습니다. 뭐, 부피가 큰 것도 아니니까요. 철사 옷걸이를 접어서 최대한 옷 사이에 끼어 넣어두었습니다. 


가장 크게 고민했던 건 카메라였습니다. DSLR을 가져갈 것이냐, 똑딱이를 가져갈 것이냐 마지막까지 가장 고민했던 것 중 하나였어요. 인도 여행을 했을 적, 가장 후회했던 게 좋은 카메라를 가져오지 않았던 것이기에 어디를 가든 DSLR를 가져가기로 마음 먹었답니다. 그러나 막상 오랜만의 해외 배낭여행, 그것도 홀로 간다고 생각하니 왠지 DSLR이 거추장스러울 것 같기도 하고, 행여 잃어버리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무얼 가져갔냐고요? 저는 똑딱이 카메라를 가져갔습니다. 그런데, 누군가 다시 물어본다면, 꼭! 꼭! 꼭! DSLR을 챙겨가시라고 강력하게 말하고 싶어요. 


또 하나, 고민했던 것은 여행자 보험이었습니다. 보험 가입은 개인의 자유지만 카메라나 휴대폰 분실시 일정부분 손해 보상을 받을 수 있고, 만약 아플 경우에도 대비책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여러 곳을 고민하다가 그냥 삼성화재에서 여행자보험을 들었습니다.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약 2만 5천원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혹시 준비물 때문에 고민하신다면 위에 적어놓은 메모를 참고하시면 될 것 같아요.


아! 캐리어도 꽤 고민했었는데요, 

저는 짐을 최대한 줄이고 싶어 가장 작은 사이즈인 21-22인치에 짐을 맞췄습니다.



셋째, 몸과 마음!


저는 첫째, 둘째보다 세번째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여행을 떠나려면 티켓과 여행짐을 준비하느라 가기 전부터 바쁘게 하루하루를 보낼 것이라 생각됩니다. 저 역시, 그랬어요. 그런데 저는 막상 바르셀로나에 도착해서는 신나게 시작하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회사의 퇴직, 그리고 퇴직 이후의 첫 행보로 여행을 결정, 결정에 대한 집안으로부터의 그 어떤 무언의 압박....등등이 저를 꽤 괴롭혔거든요. 가기 전까지 스스로 자기확신이 부족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주변 사람들에게 '스페인'을 갈 것이라 호기롭게 외쳤고, 그랬기에 어떻게해서든 떠나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그 자체가 또 다시 저에게 부담으로 다가왔고요. 그래서 바르셀로나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저는 참 많이 마음이 복잡하고 무거웠던 것 같아요. 그럴 필요가 사실, 없었는데 말이죠.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스스로 체력을 과신했다는 사실입니다. 국토대장정, 자전거 일주, 지리산 종주까지. 저는 스스로 체력이 좋다고 생각했답니다. 인도 배낭여행도 두 달 간 거뜬히 했고요. 그래서 스페인 배낭여행도 크게 무리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게 웬일? 저는 쉽게 지쳤고, 피곤으로 시름시름 앓았습니다. 생각해보니 저는 야근으로 허약해진 체력을 제대로 보강하지 않은채 떠나왔던 것이었던 겁니다. 그래서 바르셀로나에 도착한 그날, 오후 4시였음에도 저는 도착하자마자 2시간 정도를 침대에 쓰러져 잤고, 자면서도 불안했고, 그랬답니다. 이 사진은 제가 바르셀로나에서 묵었던 숙소, 바르셀로나 디자인공간에 도착하자마자 찍었던 사진이랍니다. 사진을 볼때마다 도착해서의 불안감, 나른함, 피곤함, 걱정, 근심 같은 감정들이 너무도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저는 여행을 떠나기 위해 무엇보다도 마음을 잘 챙기고, 몸을 단련시켜놓으시길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런던, 나의 마케팅 성지순례기>의 저자 권민은 그의 저서에서 "여행과 여행책은 가벼워야 한다. 짐도 가볍고, 마음도 가볍고, 목적도 가벼워야 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너무도 여행을 가고 싶었고, 그래서 여행을 왔고, 직접 현지에 도착했음에도, 도착한 첫날 제 마음이 그리 기쁘고 설레고 가볍지 않았던 것은 무언가로부터 도망을 온 것이 아닌가, 라는 스스로의 자책도 한 몫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의 여행의 목적이 도피 혹은 현실 회피인 것이 아니냐, 라는 주위의 비판으로부터 당당하지 못했고요. 물론, 제게 이 여행의 목적이 무엇이었는지는 여행하는 내내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꽤 시간이 흐른 지금, 저는 그때 제 여행의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뒤늦게 깨달을 수 있었답니다. 그 여행의 목적! 스페인 여행기를 기록하면서 차차- 풀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스페인 여행기, 그 첫번째 편은 여기까지입니다.

아무도 안볼지 모르지만, 그래도 스페인을 여행하면서 깨닫게 된 모든 것을 더 잊혀지기 전에 모두 다 남겨두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