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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in

[Intro] 왜 스페인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5월 20일 경의 일이다.

 

회사 근처 subway에서 같은 팀 선배들과 샌드위치를 먹다가 농담처럼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무슨 장난을 진담처럼 하느냐며 농을 치는 선배들과 달리 웃지 않았던 울팀 막내. 어쩌면 그 아이는 내가 하는 업무를 곁에서 지켜보며 눈치챘을 런지 모른다.

 

"선배가 쓴 오기사 인터뷰 기사가 가장 좋았어요." 라고 말했던 후배는

어느새 "선배 하는 일 보면서 왠지 그럴 것 같더라니!" "진짜 내가 선배 언젠가 여행 갈 줄 알았어!" 

라며 먹던 샌드위치를 내려놓았다.

 

네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정신을 못차렸냐, 다음 직장 구해놓고 그만둬라, 미친 거 아니냐, 차라리 휴가를 달라고 떼를 써라, 우리 팀 사정 뻔히 알면서 어떻게 그런 이기적인 선택을 하느냐, 너의 결정을 후회하게 만들어주겠다, 등 그만두는 날까지 수없이 들었던 말들. 그리고 그 말과 함께 흔들리는 나를 붙잡으면서 결정한 것은 이직도, 면접도, 아닌 여행이었다.

 

굳이 왜 스페인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아직도 이렇게 답할 수밖에 없다.

 

일때문에 만났던 사람들이 공교롭게도 스페인과 연관된 사람이 많았고, 자연스레 그곳이 궁금해졌다고. 오기사, 손미나, 이상은에 이어 마지막 인터뷰이였던 오소희 여행작가까지. 내 운명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결정되고 말았는지 모르겠다고 말이다. 지나친 해석, 의미부여겠지만 오기사가 말했던 후미진 골목길을 지나 나오는 보석 같은 바가 궁금했고, 손미나가 말하기로 한달 전에 예약해야만 갈 수 있다는 에스파냐 맛집이 보고 싶었다.

 

몬세라트 수도원까지 동행했던 미지 언니는 나더러 "참, 피곤하게 사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별 수 있나. 이미 시작된 운명이었고, 나는 내 뜻대로 티켓팅을 마쳤다.

 

그로부터 딱 한달이 지난 6월 19일 밤 11시 55분,

나는 설렘보다 불안, 가벼움보다 무거움이 컸던 마음으로 바르셀로나행 비행기를 탔다.

 

잘했다는 사람 하나 없이,

내 여행은 이렇게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