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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리뷰] 동네카페 무작정 따라하기

 

 

 

회사원 네 명이 모이면 빠지지 않는 단골 수다 메뉴가 있다.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것이다. 너도 나도 넋두리를 늘어놓다가 대화 막바지 무렵이 되면 누군가 말한다. “나도 이런 카페나 하면서 여유롭게 살고 싶다”고. 카페를 차리면 우리가 고민해온 업무성과 스트레스, 사람관계 스트레스가 한방에 해결될 수 있을까.

 

<동네카페 무작정 따라하기>의 저자 권법인 씨는 이러한 막연한 환상과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다. 카페운영은 로맨틱하거나 낭만적인 픽션의 세계가 아니라는 것. 그는 카페운영은 되레 여가, 휴일도 반납해야 하는, 그래서 더 혹독할 수도 있는 철저한 현실의 세계라고 말한다.

 

<동네카페 무작정 따라하기>는 카페 창업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실무 가이드서다. 한때 잘나가는 회사원이었던 저자가 회사를 그만두고 카페 창업을 꿈꾸게 된 계기, 특히 창업이 ‘카페’여야 하는 필연적 이유를 다각도로 언급한다. 여기까지는 여타의 서적과 다를 바 없으리라 본다. 이 책의 다른 점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카페’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추진해온 2년간의 창업 준비 과정이 압축되어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카페 창업을 결심하고도 곧바로 회사를 그만두지 않는다. 오히려 회사를 다니면서 추후 경제적 부담이나 압박을 최소화하고, 회사와 창업 준비를 병행했고, 독자에게도 이것을 권한다. 커피 관련 서적 탐독, 지식 습득, 커피 체험교육, 창업박람회 참석 등이 그것이다. 그는 ‘사표는 가장 나중에 내라’고 피력한다.

 

이 책의 핵심은 ‘사전조사(시장조사)’과정이다. 지금까지 커피를 좋아하고 카페를 사랑한 손님은 이 책을 붙든 순간부터 사장이 되어야 한다. 사장의 마인드로 카페를 탐방해야 하는 것. 카페가 단순히 커피만 판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카페는 커피는 물론, 분위기를 팔고, 인테리어를 판다. 심지어 음악과 직원들의 인상과 서비스까지도 판다. 이 모든 것을 사장의 마음이 되어 꼼꼼하게 비교, 분석하는 시간이 전제되어야 한다.

 

카페 탐방은 커피 맛, 가격, 그릇 디자인, 사이드 메뉴, 컵홀더, 메뉴판 디자인과 같은 실질적인 것에서 테이블 배치, 조명 색, 내부 인테리어, 카페 간판과 같은 총체적인 것까지 다양하게 관찰하고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각양각색의 카페 모습을 살펴봄으로써 자신만의 색깔과 콘셉트를 찾고, 차별화 전략을 구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발품을 많이 팔수록 더 좋은, 더 다른 나만의 카페를 기획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음 준비 과정은 교육이다. 커피를 알지 않고는 카페를 운영할 수 없다. 저자는 다양한 커피의 종류, 커피를 배울 수 있는 곳, 특히 정부의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법과 프로그램 같은 실속 정보를 알려준다. 또한 카페 목적과 특성에 따라 더 집중해야 할 것(전문교육이 필요한 것)과 덜 집중해도 되는 것(기초교육만 받아도 되는 것)들을 구분지어 고려할 것을 권유한다. 1:1교육이냐, 1:多교육이냐도 그 구분에 포함된다.

 

여기까지 준비가 됐다면 본격 사업계획 착수에 돌입한다. 사업계획서 작성과 창업비용 책정, 상권분석과 인테리어 업체 선정 등이 이 과정에 포함된다. 돈이 투입되는 곳에 간과해서는 안 되는 부분을 체크리스트로 꼼꼼하게 정리해놓아 초보 창업자의 불안과 위험요소를 최소화한다.

 

카페 오픈일이 임박한 시점에서는 직원 고용과 원가분석, 세금계산, 사업자 등록 등과 같은 부분을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고 말하며 세부 방법을 알려준다. 또한 오픈 이후에도 고객 충성도를 높이기 위한 방법을 저자의 경험을 토대로 살뜰히 공개한다. 다양한 이벤트와 홍보, 특별한정메뉴 개발과 쿠폰, 멤버십 제도 같은 것이다.

 

<동네카페 무작정 따라하기>는 카페 창업을 결심한 후 실제 오픈까지를 1년으로 잡아 D-DAY(시기)별로 집중해야 할 부분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뒀다. 다만 카페 오픈일이 다가올수록 준비하고 살펴야 하는 소소한 부분이 많다는 점에서 D-30, D-20, D-7, D-DAY로 조금 더 세분화하여 체크리스트를 소개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또한 오픈 이후 운영과정에서 발생하는 진상 고객 응대 커뮤니케이션이나 말괄량이 직원 길들이기, 혹은 메뉴 개발 과정에서의 실패와 같은 사례도 추가됐으면 보다 더 생생한 시뮬레이션 학습이 됐을 법하다.

 

지금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유에서 유를 창조하는 시대다. 카페를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카페 창업의 과정, 그리고 카페 창업의 양면을 두루 파악하기를 권한다. 저자의 시간과 노력이 축적된 노하우를 간접적으로 체험함으로써 카페운영의 매뉴얼을 잘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카페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걷어내고 녹록하지 않음에도 끌리는 카페 운영의 매력을 훨씬 생생하게 체감할 수 있으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