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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밑줄] 청춘의 문장들 + 그리고 여전히 우리에게는 떨어지는 꽃잎 앞에서 배워야 할 일들이 남아 있다. * 이 출간되고 10년이 지나는 동안, 나의 삶에도 수많은 손님들이 찾아왔다. 때로는 조금 더 오래 머물기를 바랐던 기쁨의 순간이 있었고, 때로는 내게서 빨리 떠나기를 바랐던 슬픔의 나날이 있었다. 어떤 기쁨은 내 생각보다 더 빨리 떠나고, 어떤 슬픔은 더 오래 머물렀지만, 기쁨도 슬픔도 결국에는 모두 지나갔다. 그리고 이젠 알겠다. 그렇게 모든 것들은 잠시 머물렀다가 떠나는 손님들일 뿐이니, 매일 저녁이면 내 인생은 다시 태어난 것처럼 환한 등을 내걸 수 있으리라는 걸. 어떤 손님들이 찾아오든 마다하지 않았으나, 그 일이 일어나기 전에도 또 뒤에도 여인숙은 조금도 바뀌지 않듯이. "꿈들! 언제나 꿈들을!" 이라고, "사람들은 .. 더보기
[리뷰] 초록 가죽소파 표류기 초록 가죽소파 표류기 저자 정지향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4-07-04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나는 괜찮아. 충분히 사랑받았거든." 차분하고 조밀한 언어로 ... 글쓴이 평점 회사에 이탈리아 로마에서 민박집을 운영했던 대리님이 있었다. 그녀는 한때 여행카페에 인기 민박집으로 회자될 만큼 운영을 잘했고, 수익도 짭짤했다면서 부모님이 돌아오라기에 한국에 오긴 했지만 곧 다시 갈 계획이랬다.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 그런 사람이었다. 작년 추석 연휴에는 에티오피아 항공이 프로모션으로 싸게 판 항공권으로 아프리카도 다녀왔다. 출국 당일까지도 같이 야근을 했던 나는 질릴 정도로 많은 얼룩말을 봐서 나중엔 텐트 옆을 지나다니는 치타와 사자, 기린을 곁에 두고도 잠을 잤다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 자.. 더보기
[리뷰] 시간 있으면 나 좀 좋아해줘 자취방 가는 골목길 초입, 편의점이 있었다. 자정이 넘어가면 밤을 잊은 사람들로 문전성시. 물론 나도 그중 하나였다. 스낵코너, 레토르트식품 보관대를 지나 식음료 진열대를 찍고서야 밖으로 나왔다. 과자, 맥주는 장바구니 단골품목. 가방이 두둑해지면 먹지 않아도 배가 불렀다. 그래서일까. 집에 오면 싱크대 위에 그대로 둔 채 잠들기 일쑤. 하지만 다음날도 구매욕은 사라지지 않았다. 냉장고엔 차츰 유통기한 지난 음식들로 가득 찼다. 그게, 정서적 허기를 채우려는 행동이었다는 건 나중에야 알았다. ‘혼자’이기를 간절히 원하면서 동시에 ‘혼자’ 있는 것이 몹시도 싫었던 스물다섯의 겨울. 밤새도록 휴대폰을 붙잡고 떠들어야 잠들 수 있었던 그때는 사랑을 하면서도 외로운 시절이었다. 더운 여름에 어울리지 않는 추운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