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깊이

[리뷰] 비행운 김애란 작가의 『비행운』을 읽은 뒤로 나는 공항에 갈 때마다 『비행운』에 실렸던 단편소설이 생각난다. 황금연휴를 맞아 한국을 떠나기 위해 공항으로 몰려든 사람들 곁에 홀로 남아 공항을 청소하던 아주머니의 삶을 그려낸 ‘하루의 축’ 때문이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이면을 생각하게 되었다고 할까.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마구 물기를 털었던 나는 그 뒤로 보다 조심하게 됐다. 그러다가 자칫 입을 벌리고 속을 훤히 보일까 두려워 노란 테이프로 칭칭 감았던 오래된 내 캐리어 가방을 보면서 또 한번 소설을 떠올렸다. 해외여행갈 때 가져갈 캐리어가 없어 친구에게 빌렸지만 이래저래 들어간 돈과 시간을 생각하면 사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후회했던 이야기 말이다. 내게 김애란 작가의 소설은 어디선가 일어날 일이 아니라, 지금.. 더보기
[리뷰] 모든게 노래 에세이는 휘발되는 글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개인적 경험과 감상이 보편적 공감을 얻기 어려울 뿐 아니라 때로 자기만족과 자기허영이 투사되어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에세이를 읽고 나면 오히려 쿨하지 못한 나와 더욱 초라해진 자신을 맞닥뜨려 불편하다고 해야 할까. 김중혁 작가는 그런 고정관념을 깨준 작가다. 사실 김중혁 작가를 잘 알지 못한다. 아니 제대로 아는 게 없을지 모른다. 그나마 내가 아는 사실도 누군가에 의해 재가공된 기록이다. 그런 사실들 중 눈길을 끌어 시간이 한참 지났음에도 잊혀지지 않는 몇 가지 그에 관한 단서가 있기는 하다. 김중혁 작가 김중혁 작가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잘 알다시피 그는 김연수 작가와 오래 전부터 절친이었고, 김연수 작가가 등단한 뒤에도 그는 꽤 오랜(?) .. 더보기
[도서후기] 올라! 투명한 평화의 땅, 스페인 여행책을 보는 관점에는 두 가지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여행지 정보를 볼 것이냐, 여행지를 다녀온 사람을 볼 것이냐 말이죠. 은 단연 후자입니다. 이 책은 스페인을 여행한 '이상은'이라는 사람을 들여다보는 이야기에 가깝답니다. 실제로 이상은은 서두에 이미 이렇게 언급해놨어요. "이 책을 마음의 가이드북 정도로 생각해주세요. 어느 가게가 좋더라, 어느 호텔이 좋더라 하는 책이 아닌, 제 마음의 변화와 느낌을 상세하게 적어 마치 함께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드리려고 애썼답니다. 정보가 담긴 책은 이미 많이 나와 있어, 따로 구입하면 스페인이라는 미궁을 여행할 때 더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저는, 이 책이 '정보'가 아니라 '마음'에 관한 이야기라 좋았습니다. 책은 크게 세 파트로 나누어 여행기가 진행됩니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