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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리뷰] 28 구제역이 터져 대대적으로 소와 돼지들을 집단 폐사했던 게 3년 전의 일이다. 살아있는 가축을 생매장해서라도 구제역 확산을 막아 더 이상 농가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죽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돼지를 봤고, 결국 죽은 돼지들이 부패해 2차 환경오염 문제가 발생했다는 방송 보도를 봤다.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심각했고, 불편했다. 구제역 발병 원인과 피해 대책, 향후 해결 방안에 대한 후속 보도가 쏟아졌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나도록 구제역이 해결되진 못했다. 구제역보다 구제역을 대하는 우리의 불안감이 먼저 해결된 게 아닌가 싶다. 점점 더 둔감해지는 찰나, 정유정 작가의 소설 이 출간됐다. 작가는 을 통해 잊고 있거나 외면해왔던 불편한 진실을 픽션이지만 언젠가 일어날 .. 더보기
[리뷰] 지상의 노래 “잊지 않겠습니다.” 지난 봄, 소중한 생명들을 허망하게 저 세상으로 보내고, 우리가 한 말이다. 들뜬 마음으로 기다렸을 수학여행을 시작도 하지 못한 채 그들은 떠났다. 잊지 않겠다는 것은 생의 마지막을 차가운 바다에서 보내고 만 그들을 달래는 말이었다. 그들의 가족을 위로하는 말이고, 위로하면서 다짐한 말이고, 분노의 말이었다. 세월호 참사는 모두에게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다. 무엇보다도 옳지 못한 어른들의 잘못으로 일어난 인재였다는 점에서 나를 비롯하여 참사를 지켜본 수많은 사람들에게는 ‘막지 못했다’는 일종의 죄의식을 남겼다. 잊지 않겠다는 말에는 그 죄의식이 투영돼 있다.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 무색할 만큼 쉽게 잊어버리고 만 세월호 참사가 다시 떠오른 건 최근 읽은 책 『지상의 노래』 때문이다. .. 더보기
기우는 봄, 우리가 본 것 우연히 문학동네 계간지 여름호에 실린 김애란의 '작가의 눈'을 읽었다. 읽고 나서 한참 동안 눈시울이 붉어져 자리를 떠날 수 없었다. 눈이 뜨겁고 마음이 뜨겁고 무언가 목구멍으로 끊임없이 울컥거리는 게 넘어오는 거 같아 나는 먼발치만 바라보았다. 순간적으로 용산 철거민 참사가 생각났고, 그 참사 2주기 즈음, 안타깝게 허망하게 담아낸 심보선 시인의 '거기 나지막한 돌 하나라도 있다면'이라는 시가 떠올랐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는데, 여전히 삶이, 바닥에서 울부짖고 있는 듯하다. 문학동네에 실렸던 김애란 작가의 글을 잊고 싶지 않아 전문을 옮겨놓는다. 덧붙여, 심보선 시인의 시 한편도 함께. (문제 시, 자진삭제하겠습니다.) 참고로 오늘은, 밀양 송전탑 건립 반대 농성장이 철거된 날이다. 기우는 봄, 우리.. 더보기